-
[ 목차 ]
코로나가 끝난 직후, 밀려 있던 숙제를 하듯 일본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매번 여행을 떠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정말 마지막으로 가보자’라고 다짐했지만,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라도 늦기 전에, 그동안 다녀왔던 여행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 합니다.
하나하나 특별했던 여행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연속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어제 있었던 일조차 쉽게 잊어버리는 나를 돌아보며,
힘들지만 행복했던 이 기억들이 사라지기 전에 부지런히 여행기를 남기려 합니다.
1일차 23년 4월 5일
첫번째 여행을 다녀온 이후 여운이 길었다. 에노덴 모형을 매일 바라보며 아이는 그곳을 그리워했다.
우리는 그래서 결국 아이의 생일선물로 아이만을 위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당시 아이는 8살이었고, 현재는 10살이 되었다. 지금도 휴대폰을 개통해주지는 않았으나,
내가 사용하던 공기계로 원하는 사진은 마음껏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여행을 갈 때 영상 시청은 타인을 위한 배려로 허용하되,
최대한 영상 노출을 줄이기 위해 장거리 이동 시에는 꼭 그림도구를 챙겨간다.
아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그리는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은 스티커북이나 여러 보드게임을 챙겨다니는 경우가 많았고,
나 역시 그 당시에는 작은 보드게임 여러 개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무엇보다 그림 그리기를 가장 좋아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일단 도쿄로 이동후 쇼난 모노레일을 타고 에노시마로 향했다
오후나 역에 도착하면 쇼난 모노레일로 갈아탈수있다.
쇼난 에노시마 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면 에노덴이 보인다.
아들이 프라레일로 이미 가지고 놀았던 그 기차가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지자,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샘솟았다.
모노레일이 산을 넘고 바다를 스치는 동안, 아들은
"원숭이 기차!"라며 신기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롤러코스터처럼 기차가 휘청거리는 그 순간,
나는 아이와 함께 바람을 맞으며 기차의 속도에 몸을 맡겼다
에노시마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놓고 바로 나왔다. 여전히 감성넘치는 건널목
그리곤 걸어서 에노시마스파랜드로 향했다. 저 다리를 건너가면 저곳이 바로 에노시마 이다.
다리 건너자 마자 스파랜드가 있고 그뒤로 상점가가 있다.
후지산이 보이는 그 풍경을 보며 우리는 함께 여독을 풀었다. 노을 질때부터 밤이 될때까지 있었다.
정말 넓고 조용한 곳이어서, 나는 마치 시간 속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 순간의 여유와 편안함은 오늘도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밤이 되자 아이는 밤의 풍경을 보기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정말 늦은 시간까지 오래도록 밖에서 지나가는 열차를 보았다.
확실히 낮과 다른 느낌의 감성을 느낄수 있다.
2일차 23년 4월 6일
둘째 날, 우리는 에노시마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를 빌린 뒤, 바다를 향해 달리며 역마다 스탬프를 찍었다.
자전거를 타고 열차와 경주를 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우리가 앞서갔지만, 결국 열차가 우리를 따라잡았다.
그때의 신나는 기분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건널목을 지나며, 아이와 나는 마치 하나가 된 듯, 기차와 자전거가 만든 하모니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에노덴 열차가 지나가는 카페에 들어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그저 고요히 앉아 그림을 그렸다. 그날의 햇살은 너무 따스하고,
바람은 부드러워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
아들이 기찻길을 유심히 살펴보며 그림을 그리던 모습이 아직도 내 눈앞에 떠오른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고, 그 순간만큼은 내가 생각했던 여행의 이상적인 모습이 그대로 펼쳐졌다.
(저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 23년2월에 다시한번 방문했는데..
그사이에 사고가 있었던 건지 까페 내부에서 열차 사진을 못 찍게했고,
까페 바로 밖에서 사진을 찍거나 구경하는 것에 굉장히 엄격하게 구셨다
. 내가 외국인이라 말을 잘 못알아 들어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기차길을 보러 나가자 뭐라 하셔서 너무 기분이 나빴다. 다음엔 다신 안갈듯...)
바닷가에도 맘편히 들어갔다 왔다. 저번과 다르게 혼내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풀밭 근처에서 네잎 클로버도 찾은 아들
자전거를 반납하러 가는길에 어떤 자전거에 올빼미를 달고 가는 자전거를 보았다.
장식인줄 알았는데 실제 올빼미였다ㅋㅋㅋㅋ
가까이 가서 구경하니 이렇게 사진을 찍게 해주셨다.
아이가 찍어놓은 사진들. 아들은 기차 뿐만 아니라 저때에는 기찻길, 선로자체도 좋아했다.
하나의 길이 두개로 나뉘어 지며 선로가 바뀌는 그 찰나를 보고 너무 좋아했다.
저 기찻길을 1년간 수백장의 그림으로 그려냈다.
3일차 23년 4월 7일
셋째 날, 우리는 요코하마로 향했다. 쇼난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길은 세 번의 갈아타기가 필요한 길이었다.
짐을 끌며 열차를 갈아타는 것은 고된 일이었지만, 아들은 그런 수고도 신기해하며 즐거워했다.
요코하마에 도착하자, 아들과 나는 핫케이지마 시 파라다이스의 아쿠아리움에 갔다.
남편은 근처이 쇼핑몰에서 구경을 했다. 우리 부부는 이런식으로 여행을 즐긴다.
아이와 모두 다같이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ㅎㅎ 내가 한번 아이와 스케줄을 함께하고
그 후에 내가 쇼핑을 하고 싶을때 남편이 아이와 기차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준다.
이곳에서는 북극곰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그 크기에 충격을 받았다.
생각보다 너무 거대했는데 수조안에 갇혀 있는 모습이 마음 아프기도 하면서 신기하면서..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또한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벨루가와 돌고래의 공연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요코하마 앞의 바다 생태계부터 다양한 종류의 해양생물이 많아 아이와 방문하길 강추한다.
저녁이 되어 요코하마의 야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날 밤, 관람차에서 내려다본 야경은 마치 별들처럼 반짝였고, 그 빛 속에서 나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4일차 23년 4월 8일
마지막 날, 우리는 체크아웃을 하고 컵누들박물관으로 향했다.
전날 비가 온 뒤라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코로나 이전에 한번 온적이 있는데 그때랑 비교하니 아이가 훌쩍 커버렸다.
나만의 컵라면을 만들며, 아이는 그 과정이 너무 신기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용기와 재료를 고르고,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옆에는 면을 만드는 체험도 있었는데,
그곳은 예약이 필수였다. 그래서 다음엔 꼭 예약해서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
(25년2월 여행에서 드디어 치킨라멘 만들기 체험을 하게 된다.)
바로 앞에 있는 코스모월드 인가? 롤러코스터와 관람차가 있는데 롤러코스터를 탔다...아이는 잘탔는데 내가 멀미가 났다.
엄청 스릴 넘치고 좋았다. 아이가 놀이기구를 좋아한다면 꼭 타길 권한다.
근처 공원에서 여행의 마지막을 즐긴후 공항으로 향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3박 4일의 여행은 내게 너무나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에노시마에서 보낸 그 따뜻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은 마치 사진 속 한 장면처럼 내 마음에 고이 담겨 있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가 열차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